“운명의 여름, 오전 8시 15분. 아침의 정적을 깨는 B29기의 폭음. 푸른 하늘에 낙하산이 떨어졌다. 그리고 섬광. 굉음. 정적. 아비규환…”



히로시마 평화선언에 적힌 글귀다. 히로시마는 인류 역사상 실제 원자폭탄이 투하된 최초도시다. 원폭 당시 약 7만 명이 즉사하고 원폭 전후를 합쳐 공식적인 사망자만 24만 명이 넘는다. 그 중 강제 징용당한 한국인 사망자도 2만 명에 이른다.

엄청난 원폭의 피해와 고통으로 기억되던 도시는 그 상처를 교훈 삼아 오늘날 평화와 반전·반핵의 성지가 되었다.

평화의 성지 그곳에 66년이란 시간이 지나 또다시 원자력의 공포가 찾아왔다. 지난 3월 11일 도호쿠(동북)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폭발과 방사능 누출 사고는 일본 전체를 원폭의 공포로 뒤덮어 버렸다.

사고 이후 8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일본여행은 왠지 지구촌 땅끝 오지마을이나 분쟁지역만큼이나 우리에게 먼 곳의 것으로 아련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실질적인 방사능 노출 위험이 과연 그런것일까? 간간히 들리는 방사능 관련 뉴스의 영향으로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본 당국도 실시간 방사능 수치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 안전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을 하고 있다. 더구나 히로시마에는 방사선이 실제 인체에 미치는 의학적인 영향을 연구하는 ‘방사선영향연구소’가 1947년부터 설립되어 있어 일본의 기타 지역보다는 방사능의 공포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다.

분명 보이지 않는 방사능의 공포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진 않지만, 일본엔 여전히 1억3천만명이라는 거대 인구가 살고 있으며 지구촌 어디보다 한국과 가깝고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임은 변함없다.

남한의 4배가 넘는 넓은 국토의 풍요로운 산과 강, 바다의 다채로운 풍경과 산물. 여기서 나는 볼거리·먹을거리는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감각의 경험으로 우리를 이끈다. 특히 히로시마는 원폭의 기억으로 더욱 의미 있는 여행지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히로시마 원폭돔 : 영원히 기억해야 할 그날

 

1945년 8월 6일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의한 피폭건물. 충격파를 수반하는 폭풍과 열선으로 건물본체는 부서지고, 돔의 골격과 외벽이 간신히 남았다. 그 후 원자폭탄의 참회와 평화의 소중함을 세계에 호소하는 상징으로 보존된어 1966년 세계유산이 되었다.

평화기념자료관 : 잿더미에서 피어오른 희망

 

히로시마에 들렀다면 꼭 방문해 볼만한 곳이다. 8시 15분에 멈춰버린 손목시계, 네 살 때 원폭 피해를 입어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열두 살에 세상을 떠난 사타코의 종이학들… 전쟁의 가해자이며 원폭의 희생자가 되어버린 일본의 아이러니가 식민지 피해자인 한국민으로서는 지적하고픈 마음이 생기지만 인류의 반전·반핵의 명제 앞에는 누구나 똑같다.

오코노미야키 양대 산맥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일본에서 오코노미야키로 유명한 지역은 오사카와 히로시마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오사카의 오코노미야키는 한꺼번에 모든 재료를 밀가루 반죽에 섞고 부치는 질퍽한 스타일이다. 이와 달리 ‘히로시마 스타일’은 좀더 바삭하고 섬세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우선 밀가루 크레이프를 얇게 구운 다음 양배추 채, 숙주나물, 삼겹살을 얹어 굽다가 볶은 소바와 달걀부침을 얹어 두툼한 파이처럼 구워 파래가루.우스터소스와 마요네즈를 뿌린다. 여기에 생맥주 한잔을 같이 한다면 뭔가 모자란듯 아쉬운 일식 요리에서 보기드문 기름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히로시마 중심지에서는 오코노미야키 가게 천지다. 빌딩 전체가 오코노미 가게로 구성된 오코노미무라, 오코노미 히로바, 오노코미공화국이 대표가게. 한국인을 위해 ‘부침개 공화국’ 이라 붙여 놓은 간판이 웃음을 자아낸다.

히로시마를 대표하는 맛 브랜드, 안데르센

 

히로시마에 본점을 둔 일본 제빵업계의 스타브랜드다. 1967년 설립해 40년이 넘는 역사가 빵 맛에 녹아 있다. 값비싼 재료의 예쁘기만 한 과자보다는 사우어 브레드, 캄파뉴 등 빵 본연의 맛을 충실해 재현하고 있다는 평가.

르네상스 양식의 베이커리 빌딩은 과거 제국은행의 옛 건물로 1925년 건축되었으나 원폭으로 벽돌과 뼈대만 남은 것을 빵집으로 복원 개조했다.

근처 여행지1 ::세계유산항로

 

미야지마와 히로시마 시내와 연결하는 쾌속선으로 전철이나 버스와는 다른 색다른 히로시마의 풍경을 볼 수 있다. 6개의 지류로 이뤄진 삼각지형의 히로시마 시내를 관통해 50여분만에 미야지마에 닿을 수 있다. 오전 8시대부터 오후 5시대까지 하루에 열두 편씩 오간다.

근처 여행지 2 :: 미야지마 이츠쿠시마(嚴島神社)

 

히로시마현 남서부 미야지마섬(宮島)에 있는 신사로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붉은 오토리이로 유명하다.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만조 때 바닷물위에 떠 있는 신사 회랑 사이에서 바라보는 은빛 물결과 붉은 오토리이, 그리고 푸른 하늘이 세계유산이란 인공과 자연이 극적인 조화를 이뤄 장관이다.

이츠쿠시마 신사 주변에는 오모테산도 상점가가 있다. 지역 특산물인 ‘아나고메시(붕장어구이덮밥)’나 굴구이 정식이 유명하다.

근처 여행지 3 :: 도고온천

 

약 3000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 최고의 온천. 한 마리의 백로가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던 것에서 발견되었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1894년 근대적 일본식 건축 ‘도고온천 본관’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의 온천건물의 모티브가 되었다. 건물 내에 2종류의 공동욕실이 있으며, 층별 이용공간 구분에 따라 총 네가지의 입장권이 나눠져 있다.

일본에서 유일한 황실 전용 온천인 유신덴은 1950년까지 열 명의 황족이 방문했으며 지금은 명물 관광 코스로 일반에 공개된다.